맛있는 여행에 대한 단상

일찍 결혼해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 아이는 없고 대전에서 와이프와 대형견 한 마리를 키우며 5년째 알콩달콩 살고 있다. 나와 직접적으로 아는 관계는 아니지만, 한 다리 건너 식사 자리를 초대받게 됐다.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대전으로 출발했다.  

지인의 집은 고즈넉한 곳에 위치했다.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음에 빽빽한 건물과 자동차가 좀 사라졌다고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이다. 지인들은 도착한 나와 친구를 크게 반기며 안내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따라 들어갔는데 맛있는 냄새가 난다. 대전하면 성심당이라지만, 빵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의 진수성찬이 준비돼 있었다. 

지인은 요리를 좋아하는데 솜씨까지 뛰어났다. 우리를 위해 준비했다며 10가지  음식을 코스로 선보였다. 음식 하나하나를 살피니 그 정성에 감동이 밀려왔다. 맛은 더할 나위 없다. 다채로운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식사 시간이 무려 5시간을 넘어갔다.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이유는 첫째, 음식이다. 생각해 보면 여행지에서 무엇을 먹는가가 우리의 기억을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니다 먹은 첫 끼가, 때론 인생 맛집에 등극하기도 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는 것만으로도 ‘여행 그 자체’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둘째는 ‘베푸는 즐거움’을 직관해서다. 지인 부부는 소중한 이들에게 특별한 음식을 건네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에 실로 즐거움을 느끼는 듯했다.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삶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부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행이란 뭘까?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이라 정의한다면, 나는 최고의 여행을 다녀온 셈이다. 비행기를 타거나 명소에 방문한 것도 아니지만 이목구비에 침샘 가득, 행복한 삶을 엿본 이번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토크 1
  • soul
    1달전
    답글

    식사 시간이 무려 다섯시간! ~ 와 어떤 음식이였는지 궁금해지네요… 음식은 물론이고 좋은 사람과 공감 가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쉽게 오지 않는데~ 테이블셋팅이 말해주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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