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듯이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은 지역 맛집을 찾는 것이죠. 포털 사이트나 SNS에서 많은 음식점을 소개하고 있지만 정작 실망하고 계산대로 가기 일수죠.
이번에는 꼭 맛있는 원주의 맛집을 찾고 싶었어요.
다음 날 점심 식사는 신선한 야채가 어우러진 한식으로 정하고 전날 네이버, 구글, 인스타 등 사이트를 보게 되었죠. 마침 '이번여행'에서 원주 대표음식이라고 소개하는 정보가 있어서 차근히 보니 부론면에 마음에 와 닿는 상호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농가맛집 농부가' 왠지 다른 느낌이 들어 다른 사이트 정보를 통해서도 좀더 알아 보았고 같은 한식이지만 단백하고 깔끔하고 뭔가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했더니 모두 예약제로 운영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 날 점심 시간에 가게 되었습니다.
원주에서는 꽤 시골길이었어요. 굽이굽이 찾아 들어가다보니 거의 끝자락,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되었는데 두 개의 상호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였습니다. 실내로 들어가 보니 나름 사장님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렇게 과하지 않은 단정함이랄까요.
이렇게 먼 시골길을 매스컴에서도 몇 차례 소개가 되었다고 해서 다 맛있는 건 아니니 이런 비쥬얼은 실망과 기대가 교차하는 지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사장님인지 모르겠지만 아주머님 인상이 참 좋으셔서 안심되기도 했습니다.
간밤에 눈이 내려 새벽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네요. 창틀의 샤시와 나무틀 수작업으로 바른 벽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장면인데 조각보 천 커텐과 창문 사이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어색함을 잠식시키고 있습니다.
음식은 코스 형식으로 나오는데, 제일 먼저 입안의 상쾌함과 식감을 살려줄 샐러드(알배추, 양상추, 파프리카, 블루베리)와 사과로 만든 양갱이 나왔습니다. 보기에는 흔한 야채로 보이지만 맛과 신선도는 아주 상큼했어요. 양갱도 특유의 짙은 맛보다는 깔끔하고 단백한 당도도 적당한 조화를 이뤘죠.
다음 음식은 표고탕수. 바삭한 튀김옷과 쫀득한 표고버섯은 달콤한 소스와 버무린 뒤 새싹채소와 함께 어우러진 맛은 일품이었죠.
돼지고기 수육은 여러가지 한약재료를 넣어서 잡냄새를 없애고 솔잎으로 향을 더했고, 육질은 부드럽고 단백했습니다.
제육과 치즈가 들어간 산나물주먹밥. 매일 만드는 밤나물 김치, 고춧가루 없이 무친 더덕무침, 황태강정, 감자조림, 유기농배추 김치, 쑥연근부침개 등 정갈한 차림으로 신선한 맛을 더했습니다.
마지막 코스 비빔밥을 위한 일곱가지 나물들
이렇게 비벼서... 많이 먹은 것 같은데 자연식이다 보니 속이 더부룩함도 없었고, 같은 한식이라도 차이는 매우 크게 느껴졌어요. 코스 요리지만 식사료는 생각보다 저렴합니다.
농부가에서 식재료를 선택하는 기준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재배하지 않고 자연이 키운 자연 그대로의 산야초. 주인장이 직접 채취합니다.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주인장과 이웃한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
외국에서 재배되어 건너온 것이 아닌 우리 땅에서 우리 농부들이 열심히 땀 흘리며 키워낸 우리 농산물
(농부가 소개글 발췌)
또한, 발췌글 중에서 자연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뭇 생명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음을 배웁니다.
(중략)
친환경 퇴비로 땅을 살려가면서 수많은 미생물들과 땅거미, 땅강아지 등 다양한 생명과 바랭이, 명아주, 쇠비름 그리고 이름 모를 다양한 풀들과 어울려 자란 농산물이 행복합니다.
"어울려 자란 농산물이 행복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구절이네요. 자연 그대로 식물 그 자체만 잘 자라면 된다라고 생각했는데 식물도 인간과 같이 어울려야지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관점에 주인장의 깊은 사유와 정성이 느껴집니다.
건강이 뿜어져 나오는 요리들이네요~~~ 찜했어요
정갈한 음식이네요. 음식이 예술인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