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대한 단상
여행의 즐거움은 플랫폼에서부터 출발한다
여행 정보 요약
제주

여름 휴가철이 찾아왔다. 모두가 배낭을 짊어지고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한다. 장기 휴가철마다 가장 박 터지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 하면 떠오르는 개인적인 일화가 있다. 공항이 처음 문을 열던 2001년, 우리 가족은 공항을 구경하러 갔다. 반짝반짝 넓고 깨끗한 공간은 그야말로 나에게 신세계와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신세계에서 미아가 될 뻔했으니, 바로 화장실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마친 나는, 호기심에 스피커 모양의 버튼을 꾸욱 눌렀다. 그 버튼은 화장실 에티켓을 위한 소리 장치였다. 용도가 뭔지 알 리가 없던 어린 나는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문제의 새소리는 한참 동안 꺼지지 않았고, 반복해서 소리가 났다. 경찰이라도 오는 건가. 불안해지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최신 화장실 칸에서 홀로 불안에 떠는 동안 우리 가족은 미아 소동이 벌어졌다. 부모님은 없어진 나를 찾느라 한참을 헤매다 화장실에서 마침내 나를 조우했다. 한시름 놓은 부모님은 나를 보며 빵 터졌지만, 나는 새로운 세계의 혼돈 속에 갇혀 눈을 꿈벅였다.

새로운 것 투성이었던 인천공항도 어느덧 나이를 먹었다. 개항 이후 23살이 훌쩍 넘었는데, 그 사이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됐다. 멋지게 지어진 공항을 보고 '신세계' 라고 떠들던 시절은 옛말이다. 한국인 10명 중 8명이 공항을 찾는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은 954만 명으로 전년 대비 47% 늘었다.

1988년 해외여행 자율화 시대가 된 이래로, 한국인은 해외여행의 기회를 늘려왔다. 물론 소득수준이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여행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의 경험이 축적됐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 건 각종 미디어의 등장과도 결을 같이한다. 최근에는 빠니보틀, 곽튜브 등 여행 유튜버들이 '프리스타일' 여행을 전파시키면서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떠나버리는 여행도 트렌드가 됐다.

여행의 즐거움이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사람들이 '여행'에 열광하는 걸까. 나는 그 즐거움의 시작이 바로 공항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마음 한 켠에 '신세계'로 자리 잡고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 가는 길. 그 자체가 주는 기분 좋음이 있다. 비단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기차역 플랫폼으로 향하는 모든 걸음마다 설렘이 녹아있다.

그렇기에 올 여름 휴가지가 어디든, 그 출발 역시 신선할 예정이다. '이번 여행'과 함께 당신의 이번 여행도 완벽한 휴가가 되기를!

토크 2
  • 민들레
    1달전
    답글

    여행=설레임. 그 시작점이 공항이든 플렛폼이든 첫사랑을 하는것 처럼 핑크빛이죠. 그러고 보니~~설레임을 느껴보고싶으면, 여행을 떠나야 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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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린이
    1달전
    답글

    인천공항 넘 멋지죠~~~ 여행에 열광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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