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O V E O N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들
One Fine Day
속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새 정착자들은 과거와는 달리 이곳을 택해 스스로 온 이들이다. 여행자에서 이제는 당당히 현지인이 된 송종윤 씨의 하루에 동행해 보았다.
Photographer 이규열
송종윤 요가강사
속초에서 한 달에 두 번, 무료 야외요가 클래스를 여는 이가 있다. '산요가'의 송종윤 원장이다. 그는 아마도 이 도시 사용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비가 오면 카페에 앉아 낭만을 즐기고, 날 좋으면 수영복 입고 바다로 달려가고, 달이 뜨면 야간산행을 위해 운동화를 챙기고, 해 뜨기 전에는 일출을 보러 산으로 간다. 누구보다도 산을 사랑하는 요가인, 송종윤 원장의 속초 라이프의 중심에는 자연과 사람이 있다. 경이롭고 아름다운 순간을 주변인들과 나누고자 하는 품 넓은 사람, 송원장의 긍정적 오지랖을 경험하고 나면 '나도 한번 속초에 살아볼까?'라고 생각하게 될는지 모른다.
1│06:30 새벽 수련, 영랑호 리조트
제주에 사는 이효리도, 속초에 사는 송종윤도 요가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 비슷하다. 송종윤은 영랑호 근처에서 요가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업과는 별개로 매일 혼자만의 수련의 시간을 가진다. 오늘은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의 잔디밭으로 왔다. 한 동작 한 동작 진지하게, 정성을 다해, 자연의 소리에 묻혀 몸과 마음을 깨운다. 야외요가는 그만의 모닝 루틴이지만, 한 달에 두 번은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진다. “매달 첫 번째, 세 번째 토요일에 무료 요가 클래스를 해요. 2020년에 요가원을 오픈하면서 시작했으니까 이제 햇수로 4년째네요. 제가 요가로 제2의 삶을 살면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저처럼 요가를 만나 건강하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고 있습니다. 속초, 양양, 고성 등 인근 주민들뿐만 아니라, 여행자들도 많이 오십니다. 어떤 분은 속초에 주말여행을 오는 이유가 야외요가라고 하는 분도 있어요. 그런 말 들으면 참 뿌듯하지요.”
그녀는 속초로 오기 전 분당에 살았었다. 매일 여의도에 있던 직장으로 출퇴근하면서 녹초가 되어도 주말만 되면 아들과 함께 전국의 산을 누비고 다녔던 열혈 산악인이었다. “한번은 히말라야를 갔다가 발목을 다쳤어요. 치료를 하면서 재활의 목적으로 요가를 시작했어요. 절실하다 보니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강사까지 하게 됐습니다. 강사 생활을 몇 년 하면서 깨달은 것이, ‘평생 요가인으로 살아도 행복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이는 이 자리에 요가원을 열고 속초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듣고 보니 모든 것의 시작은 ‘산’이었다. 요가의 시작도 산으로부터, 속초로 오게 된 것도 산이 가까이 있어서였으니, 그 요가원 이름이 ‘산요가’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
아름다운 영랑호숫가에 있는 가족형 리조트다. 타워동과 빌라동을 합쳐 총 4가지 타입의 객실을 운영하는데, 타워동에는 스탠다드A 18평, 스탠다드B 20평, 스위트 38평, 그리고 빌라동에는 복층 43평의 갤러리하우스가 있다. 9홀 골프장인 영랑호 C.C, 그리고 타워동 20층에는 전망이 탁월한 스카이라운지도 있다.
속초시 영랑호반길170│www.yrhresort.com
2│08:00 조식, 대청마루
보통은 아침을 먹지 않지만,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그녀가 손님들을 안내하는 단골식당들이 있다. “설악산 부근의 학사평 순두부 거리에 있는 ‘대청마루’는 제가 찐으로 아끼는 식당이에요. 설악산을 사랑하는 산악인 부부가 운영하는데, 우직한 산처럼 음식도 한결같아요. 같은 동네 사는 이웃집 친구이기도 하고요. 성실하고, 정직하고, 위생적으로 음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 손님들 오시면 언제나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관광객들에게는 순두부집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속초사람들은 그 집 비빔밥과 황태구이가 맛있다는 걸 다 알고 있지요.”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송원장의 단골집 리스트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조식 식당을 하나 더 추천해 달라 청하니 ‘뚝배기섭국’을 알려준다. ‘섭’은 자연산 홍합을 말하며, ‘담치’라고도 불린다. 오동통한 섭조개살을 한가득 넣어 시원하고 얼큰하게 끓여낸 섭국의 맛이 궁금하다면 송원장의 추천을 믿어보도록.
대청마루
산악인 강태웅, 주소정 부부가 운영하는 한식당이다. 국내산 콩으로 만든 초당순두부, 얼큰순두부 외에도 산채비빔밥, 황태구이와 해장국도 별미다. 황태는 용대리 황태덕장에서 공수해 온다. 국내산 재료로 직접 담근 김치, 깔끔한 솜씨로 다양한 메뉴를 원하는 이들을 고루 만족 시키는 학사평 대표 맛집.
속초시 관광로 430/033-635-1708
3│11:00 수업, 산요가
오전 수련을 마치면 요가원의 문을 연다. 잔잔한 음악을 틀고,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면서, 수업 준비를 시작한다. 오늘은 송원장의 딸, 김태은이 수업을 하는 날이다. 김태은은 캘리포니아에 사는 이모의 영향으로 서핑과 요가를 일찍 시작했다. 요가 자격증도 송원장보다 더 먼저 땄다고. 세월이 흘러 이렇게 엄마의 요가원에서 강사로 일하게 될 줄 그땐 상상이나 했을까? “제가 속초에 오게 된 건 사실 딸 영향도 커요. 태은이가 대학 때부터 요가강사를 하면서 돈을 모아 해외로 서핑여행을 다녔어요. 그러다가 2012년 즈음부터, 매주 양양에 오가더라고요. 방학만 하면 양양에 한 달씩 가있고 하더니만 어느 순간, 아예 이사를 갔어요. 양양에 3년 정도 살더니만 설악산 밑으로 집을 옮겼지요. 양양이 너무 복잡해졌거든요. 딸이 있으니 설악산 오가면서 저도 속초에 머무르는 일이 잦아졌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여기를 발견하게 됐죠. 요가원을
하겠다고 그렇게 오랫동안 제주에 드나들었는데, 제주에서는 마음에 드는 곳을 못 찾았는데 말이예요.” 호숫가에 있는 이 장소를 마주친 것은 2019년 11월이었다. 창으로 보이는 호수 경치에 한눈에 반해 보자마자 바로 계약을 했고, 2020년 3월에 ‘산요가’의 간판을 달았다.
산요가
50대의 늦었다면 늦은 나이에 요가강사로 전향하여 제2의 삶을 꾸리고 있는 송종윤 원장이 2020년 개원한 요가원이다. 요가로 재활을 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잠시 유행하는 트렌디한 운동이 아닌, 숨 쉬듯 밥 먹듯 생활 전반에 요가 스피릿이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요가를 전파한다. 여행 온 이들이라면 한 달에 두 번 야외요가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속초시 영랑호반길619 1층│033-633-6663│@san.yoga_sokcho
4│15:00 산책, 영랑호
일터와 집이 걸어서 7분, 차로는 3분 거리다. 집과 직장이 가까우니 가장 좋은 점은 출퇴근에 쓰이는 시간을 길에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덕분에 중간중간 집에 돌아가 집안일도 하고, 강아지도 돌본다. 오늘 강아지들과 함께 하는 산책 코스는 영랑호 호수길이다. “하얀 아이는 제가 키우는 ‘땡치리’이고 까만 아이는 딸네 집에서 놀러 온 ‘밤’이예요. 둘 다 남자고 8살이죠. ‘밤’은 바다를 좋아해서 수영을 아주 잘 합니다. ‘땡치리’는 산을 좋아해요. 평일에 사람 없을 때를 기다려 산에 함께 가곤하지요.”
강아지를 키우게 된 것은 딸의 계략에 넘어간 탓이다. “딸이 모란시장에 갔다가 땡치리를 보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팔러 나오신 할머니에게 값을 지불하고 일단 데리고 왔대요. 저에게는 친구 강아지를 잠깐 돌봐 주기로 했다고 했지요. 딱 일주일만 맡아 준다고 생각하고 집에 들였는데, 결국은 이렇게 키우게 되었네요. ‘밤’이는 사위가 미혼일 때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딸과 결혼 후 같이 살게 되었고요.” 강아지의 소속이 어디든, 이제는 모두의 가족이 된 강아지들. 두 마리를 나란히 데리고 산책하는 송종윤 원장의 모습은 동네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영랑호
속초에는 영랑호와 청초호 2개의 석호가 있다. 북쪽에 있는 영랑호는 둘레 7.8㎞. 면적 1.21㎢의 자연호수로 영랑교(永郞橋) 밑의 수로를 통해 바다와 연결된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의 화랑 ‘영랑’이 처음 이 호수를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잔잔하고 맑은 호수에 비친 웅장한 울산바위, 그리고 속초 8경 중 하나인 범바위의 풍경이 매일 다른 감동을 주는 영랑호는 속초 시민들의 안식처로 사랑받는 곳이다.
5│18:30 홈파티, 친구의 집
영랑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빌라는 송원장의 절친인 강태웅, 주소정 부부의 집이다. 강-주 부부와 딸 강진희, 양양에서 온 권기영, 그리고 서울에서 얼마 전 이사 온 김민아가 와인 잔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모여 앉았다. 세대를 아우르는 편안하고 따뜻한 자리, 가장 어린 강진희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풀어 놓는다. 강태웅은 2002년 안나푸르나3봉 등반 시 등반대장을 했었고 이어 몽블랑, 아마다블람, 로체 남벽등으로 해외 원정을 다니던 프로 산악인이다. 암벽등반, 빙벽등반을 위주로 활동하는 록파티 산악회에서 만난 자일파트너 주소정과 결혼 후 2002년부터 속초에 살았다. “부상을 당한 이후로는 전처럼 암벽 등반은 힘들어요. 지금은 평범한 식당 주인이죠. 하하. 그래도 설악산이 있는 속초에 살아서 행복합니다.” 부부는 설악산에서 '산악인의 집'을 운영하며 산악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했었고 지금은 로컬 맛집으로 소문난 ‘대청마루’를 운영하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송원장은 “속초도 제주처럼 외지인들이 많은 도시예요. 저도 그렇지만 요가원에 오는 회원들도 반 이상이 외지에서 온 분들이랍니다. 요가를 통해 친구로 이어진 인연들이지요. 틈만 나면 산으로, 바다로 함께 놀러다니는 재미가 쏠쏠해요.”한다. 일행은 송원장 덕분에 계절마다 바뀌는 속초의 자연을 재발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설악산 추천 코스
송종윤 원장이 추천하는 ‘운동화만 신어도 가볍게 돌아볼 수 있는 왕복 3시간 이내 설악산 코스’ 는 외설악에 위치한 토왕성폭포 전망대다. 토왕성 폭포는 길이가 320m에 이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폭포로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로 각 단 사이에서 꺾어진 3단 폭포다. 비 온 직후 물줄기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오랫동안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다가, 2015년 12월 토왕성폭포 전망대까지 탐방로가 만들어지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나머지는 비선대와 성인대 코스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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