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추억하는 대구 삼덕동 투어
여행 정보 요약
대구

대구광역시의 삼덕동 벽화마을은 방천시장 맞은편 삼덕동주민센터 주변 골목에 조성된 벽화골목입니다. 이 골목에는 어떤 그림이 있을까? 숨바꼭질 하듯 들어가 보면 그림책에서 볼 법한 정감있는 캐릭터와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구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벽화를 보고 짧은 글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면서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적산가옥도 볼 수 있는데요. 적산가옥이란 말 그대로 적이 남기고 간 집이라는 의미입니다. 삼덕동에 있는 적산가옥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소학교 교장 관사로 사용되었습니다. 해방 후 2000년까지 인근 삼덕초등학교 교장 관사였고 2017년 삼덕마루로 재단장하여 현재는 어린이 도서관 겸 커뮤니티 센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나무판자를 붙여 만드는 일본식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어 국가지정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습니다. 삼덕마루를 보고 있자니 자신들이 주인인양 이 땅에 들어와 집을 짓고 살며 우리 국민들을 핍박했을 생각을 하니 착잡하고 속상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런 것들이 흔적처럼 남아있어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계속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습니다.

삼덕동 벽화마을에서 경대병원역 방향으로 내려오면 삼덕초등학교 부근에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모여 있는 삼덕동 카페거리가 나옵니다. 수평적관계는 커피와 소통을 매개로 서로의 장벽은 낮아지고 취향의 폭은 넓어지는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카페입니다. 한옥의 뼈대에 현대적 인테리어를 더해 전통미와 힙한 분위기를 동시에 갖추었으며, 건물과 담벼락으로 만들어진 ㅁ자 형태의 가운데 야외 정원(중정)이 있는 점도 특이합니다.

우유 베이스로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카페오레와 구운 호밀빵, 수란, 아보카도, 단호박 소스, 블랙 올리브가 들어간 단호박 베네딕트가 메인 메뉴입니다. 커피연감은 하나의 산지를 밀도있게 소개하는 연간 프로젝트로 올해의 주제는 페루입니다.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를 내리는 마음이 담긴 메시지와 원두에 대한 소개가 적힌 종이를 제공하는데 읽다 보면 사람과 커피에 대한 진심 느껴집니다. 취향에 맞게 섬세하게 브루잉된 커피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곳입니다.

수평적관계에서 경대병원역 방향으로 더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벼슬닭칼국수는 쉐프인 사장님이 직접 육수를 내리고 면도 뽑는 칼국수 맛집입니다. 일반적인 한국식 칼국수집과는 달리 인테리어가 단정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메뉴 이름도 특이한데요. 둥지 위의 닭을 표현한 닭둥지 칼국수, 닭칼국수와 찰떡궁합인 벼슬유린기, 직접 만든 마라닭칼국수, 감태와 싸먹는 감태들기름메밀면, 다이어트하는 손님들을 위한 날씬해질메밀김밥까지 이름도 특이하고 플레이팅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닭둥지 칼국수의 경우 감자채튀김 위에 둥지 속 알을 표현한 치즈볼 세 알이 나오는데 모양도 귀엽고 맛도 좋고 무엇보다 칼국수와 잘 어울립니다. 대구에 유명한 맛집이 많지만 삼덕동에 가신다면 그리고 면요리가 땡기신다면 벼슬닭칼국수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벼슬닭칼국수에서 방천시장 쪽으로 건너오면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나옵니다. 이곳은 가수 故김광석이 살았던 곳으로 그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조성된 벽화거리입니다. 벽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형물도 볼 수 있는데요. 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커다란 기타 조형물에는 그가 불렀던 노래의 제목과 노랫말이 적혀 있습니다. 분명 글자인데 읽기 시작하자 기타 소리도 들리고 목소리도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벽화마다 김광석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특히 인상적인 그림은 ‘훈련소 가는길’을 표현한 기차 벽화였습니다. 머리를 깎은 청년이 열차 앞에서 경례를 하고 있고 기차 안에서는 역시 머리를 깎은 청년들이 창문을 보며 인사를 건네고 있습니다. 단순 기차 그림이 아니라 당시 기차의 겉면을 뗴어 붙여놓은 듯 올라타는 계단도 있어 더 실감나게 느껴졌습니다. 머릿속에만 있던 장면을 눈앞에서 보자 당시 젊은 청춘들의 마음과 그 마음을 노래한 가수의 목소리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골목길 한 편 작은 야외무대에서는 통기타 공연이 열리기도 합니다. 여유가 된다면 잠시 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골목에서 느꼈던 아련함과 추억이 노래를 통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토크 2
  • 여행비
    1년전
    답글

    삼덕동, 벽화마을, 한옥카페, 벼슬닭칼국수, 방천시장을 거쳐 김광석거리까지 흐름따라 가는 투어가 재미있네요 :) 특히, 적산가옥에 대한 뜻이 그렇군요~…

    명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 kokda98
    1년전
    답글

    걷기여행이라 너무 멀면 중간에 버스도 타야 하고 그래서 가까운 곳 위주로 알차게 다녀보려고 코스를 짜봤습니다 ^^ 적산가옥은 저도 처음 알았는데 씁쓸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건물이 무슨 죄가 있나 싶어서 건물 자체로만 보고 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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